Under World/Official Report By J.1004

Godskichen @Blue Spirit : Ferry Corsten

James1004 2008. 5. 21. 17:14
Godskichen @Blue Spirit : Ferry Corsten
2008/05/21


2008년의 봄은 따뜻한 햇살보다는, 뜨거운 열기의 트랜스 파티로 기억될 듯 하다. 트랜스 황제 Tiesto가 이태원의 화려한 클럽 Volume에서 매니아들을 미치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달 만에 거물급 트랜스 명장 Ferry Corsten이 내한하다니! 이것으로 끝일 것 같은가? 이 글을 쓰고 있고 있는 현 시점에서 몇 일이 지나면 트랜스의 아버지 B.T가 온단다. Tiesto의 사자후 파열음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법한 Volume 에 말이다. 아무래도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닌 것 같다. 이런 멋진 DJ들 때문에 가정을 이탈하는 자들이 많아지지 않는가!

필자가 파티의 성지 가야금홀에 도착한 12시 즈음에는 DJ Ahn이 이미 매니아들을 무대 앞으로 끌어모아 열심히 댄스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무조건 '신나라 뮤직'으로만 일관하지 않고 때론, 뭔가 사운드에 여백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환기 시키기도 하며 나름 소신 있는 Corsten 전야제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1시가 되자 지체 없이 주인공이 무대에 올랐고, 괴성과 함께 무대위로 오르는 매니아들이 나타났고, 보안요원들은 이들을 제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간만에 큰 파티에 온 필자는 조금 놀랐다. 사실 많이 당황 했다. 보통 이런 시츄에이션은 시간이 좀 지나서 Feel받은 외국인들이 주도 하는 것이 이 세계의 공식인데, 파티 초반부터, 그것도 대한민국 언니들이! 이 무슨 반가운 일인가! 역시 세상은 변한다.




솔직히 필자는 트랜스 매니아라서 Ferry Corsten을 좋아하지만, 초기작을 중심으로 듣곤 해서 후기작을 잘 모른다. 직무유기라고 비난해도 좋다. 가끔씩 해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최근의 영상들을 보며 이 형님의 음악도 변하는구나 하고 생각만 할 뿐이었지만, 이 날 파티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세련된 트랜스를 들을 수 있었다. Ferry Corsten은 누가 뭐래도 트랜스를 하고 있다! 이 날 현장에서 아날로그 음원의 압박감이 앨범보다 좀 더 강해서 끈적끈적한 느낌이 더 살아나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또한 다른 DJ들과는 달리 초반 러쉬가 대단했다. 뜸들이는 것은 필요 없다는 주의인지, 그는 초반부터 달려라 달려~였다. 1시부터 2시까지 정말 세련된 플레이로 파티피플들을 무아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쪽은 가까이 가기 힘들 정도였고, 여기저기서 살벌하고 아름다운 굿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2시부터는 필자가 아는 곡이 30분 동안 단 한 곡도 나오지 않아서 멀찍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도 필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왠지 분위기는 주춤하는 듯 해 보였다. 이때 쯤 Ligaya가 나와주었으면 했는데, 의외로 보컬곡들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트랜스 뮤지션이 보컬, 특히 여성 보컬 곡을 플레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는 그가 전통적인 트랜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심리적 압박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가! Ferry도 이제는 피아노나 패드가 깔리고 여성 보컬이 입혀지는 전통적 트랜스는 구닥다리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그 2시에서 3시로 넘어가는 순간에 선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도 움직이는데 음악 스타일이야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바깥 라운지에서 이런 저런 생각과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있는 사이에 심상치 않은 리듬이 들려왔다. 선수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Out Of Blue를 플레이어에 걸었던 것이다. 그가 다른 CD들은 호텔룸에 두고 왔다 할 지라도도 이 곡만큼은 그가 플레이 해줄 것을 굳은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트랜스 10대 명곡 Out Of Blue가 흘러나오는 순간의 희열이란 어찌 설명할 길이 없다. 정말 눈물이 나려고 했다. 당연히 여기 저기서 괴성과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때, 파티는 하나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Out Of Blue를 Super, Mega, Ultra Extended로 플레이 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선수는 우리의 기대와 명곡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새로운 일렉트로니카로, 새로운 그의 트랜스 세계로 인도해 나갔다.




Out Of Blue 후로도 필자는 은근히 Ligaya를 기다렸지만, 듣지 못했다. 혹시 필자가 왔다 갔다 하면서 듣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파티에서 DJ는 음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파티 피플은 그들을 쳐다보며 그의 플레이에 놀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믿는 것이다. 필자는 Ferry Corsten의 파티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필자가 원하는 음악을 플레이 하지 않아도, 멋진 디제잉으로 파티를 파티로써 존재하게 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Paul Van Dyk처럼, 그도 자신의 스타일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트랜스라는 큰 환상의 틀을 애써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파티에서, 적어도 그는 트랜스 DJ였고, 플레잉은 너무나 완벽했다. 네덜란드 트랜스 3인방 Tiesto , Armin, Ferry의 공연을 모두 몇 차례에 걸쳐 경험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Ferry가 가장 덜 공격적이지만, 세련되고 날카로운 사운드를 펼쳐 보이는 것 같다. 아날로그 음원은 대체로 베이스, 리듬섹션에만 사용하는 것 같고, 리드하는 멜로디 외에, 양념으로 많은 이펙터를 사용하는데, 특히 음의 저음에서 고음으로, 고음에서 저음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드한 효과들은 그의 음악에 현재까지도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이고 파티에서도 사방 팔방으로 난무하곤 했다. 한마디로 의외로 잔재주가 많은 그인 것이다. 1시에 칼같이 무대에 올랐던 그는 4시가 되자 그렇게 칼같이 무대를 내려왔고, 우르르 많은 사람들은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만큼 그만을 바라보고 온 매니아들이 많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트랜스 매니아로서 정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파티에서 트랜스는 죽지 않았고, Ferry같은 진취적인 트랜스 뮤지션이 트랜스라는 우주의 세계를 계속 Big Bang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정말로 사심없이 파티를 취재하는 Reporter로써 O2pro에 감사와 존경을 나타내는 바이다. 일렉트로니카의 불모지 대한민국에, 일렉트로닉 메가 파티를 현실로 만들더니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유럽의 일류 뮤지션들을 불러와 주고 계신다. 특히 이번 Ferry Corsten 파티에서는 타임 테이블을 칼같이 준수하는 범생이 같은 센스를 발휘해 주셨다. 이번 파티가 일례가 되어서 앞으로 워커힐과 기타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파티에서도 파티 피플들이 주인공으로서 불편하지 않게 즐겁게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 본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항상 리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만 말하고 타자를 멈추겠다. 리뷰는 아무것도 아닌 글일 뿐이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주말의 밤에는 음악을 귀로만 듣지 말고 몸으로 느끼라고 꼬드기는 것이다! 그걸 아는가.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각 음역별로 특성이 왕창 깎인 저질의 mp3에 만족하는 방 구석 일렉트로니카 매니아인 누군가의 낮 보다 어두컴컴한 클럽 스피커 앞에서 세상을 잠시 잊고 있는 우리의 밤이 아름답다는것을...!!



출처: http://partyluv.com